11월부터 시행, 사업주의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시간은 언제나 일정하게 흐르지만, 벌써 다시 왔나 싶을 만큼 달마다 사업주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급여일(임금 지급일)입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기업 경영이 불안정해지고 매출이 급락하고 있는 요즘은 인건비 부담이 더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제공한 노무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데, 지급된 임금에 대한 상세 내역을 담고 있는 인사서류가 바로 “임금명세서(또는 급여명세서)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명세서 발급은 회사의 자율적 선택입니다. 즉, 근로자가 요구하더라도 반드시 임금명세서를 발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에 대한 처벌 조항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21년 5월 법 개정으로 임금명세서 교부가 사업주 의무에 추가되었고, 11월 19일부터 시행됩니다. 그래서 사업주가 알아둬야 할,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임금명세서 필수기재 사항도 시행령으로 규정

앞으로는 외부 거래에서 거래명세표를 작성, 보존하듯이 회사가 제공받은 근로에 지급한 내역도 임금명세서로 반드시 발급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와 관련해서, 필수적으로 기재되어야 할 구체적 사항들도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위반 시, 과태료는 위반 횟수 및 위반 정도에 따라 부과됩니다. 급여명세서를 교부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필수사항이 누락되거나 사실과 달라도 위반한 것으로 봅니다.

사업주는 ①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임금명세서를 교부하고, ②과태료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부과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급여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은 달에 대해 단순히 1건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교부대상이 되는 근로자 1명을 기준으로 최고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위반사항인 것입니다.

임금명세서, 단순 서식을 넘어 위반에 따른 경제적 손실 엄청나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잘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11월 시행일 이후로 발생할 수 있는 위반 사례 2가지를 가정해 보았습니다. 비록 가상의 예시지만, 교부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업장의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 임금명세서를 단순한 서식으로 여기는 관점이 얼마나 위험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상의 위반 사례 1

주 52시간제, 대체공휴일법 등 많은 노동법이 상시 5인 이상의 사업장을 적용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상시 근로자가 4명인 사업장 대표 A는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 제외되는 법령으로 잘못 알고, 11월 19일 이후의 급여일에도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30만 원과 근로자 4인 기준으로 1차에 1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는데, 이후에도 전산 및 서식 정비 등에 시간이 걸려 재차 위반했고 누적으로 커진 2차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되었습니다.

가상의 위반 사례 2

또 24시간 가동이 필수거나 조선, 건설, 섬유, 건축업처럼 계절적 특성, 납품/공사기한이 촉박한 경우, 최대 연장근로 12시간까지 포함된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며 인력을 운영하기가 매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계약서의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이 다를 수 있고, 설령 법정 가산수당을 계산하여 임금은 지급했더라도 위반한 근로시간을 사실대로 기재할 수 없게 됩니다.

한 예로 중소업체 대표 B는 납품기한이 너무 빠듯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1주 60시간을 근로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임금명세서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기준(주 40시간, 연장 12시간)으로 기재했습니다. 이에 실 근로시간과 임금명세서 내역이 일치하지 않음에 의문을 가진 일부 근로자들이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고, 회사는 임금명세서 허위 기재에 따른 과태료 부과처분과 함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는 시정 지시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임금명세서 위반 과태료(허위 기재 직원 37명 기준) 740만 원과 체불임금 3,330만 원(통상 시급 18,750원/미지급된 월 32시간 기준 1인당 9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만약 수당은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제대로 지급되었고 기재된 근로시간만 사실이 아님을 소명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습니다. 주 52시간제를 위반한 사업주 B는 계도 및 시정 없이 바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란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관련 분쟁리스크 예방, 임금(재)설계로 출발점 설정해야 바람직

단순히 임금명세서 하나만을 본다면, 매월 반복되는 임금관리 프로세스 상에서 발급 업무가 추가된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는 사업장이라 해도, 최소한 법으로 정한 사항들이 정확히 명시되도록 서식 변경 및 임금 항목을 보완하는 과제를 완료해야 합니다. 요즘은 이메일 같은 전자적 방법에 주로 의존하여 교부하는데,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아웃소싱으로 관리하는 경우, 11월 시행일 이전에 업데이트 및 테스트까지 완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업장 상황에 따라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는 기존 임금 업무를 더 어렵고 까다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소·영세 사업장, 내부 전담인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또는 일용직이나 인력 변동이 잦은 사업장이 특히 그러한데, 의무준수(과태료), 비용 절감, 급여정보 보안등의 효과를 위해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판단해 볼 시점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임금명세서는 임금과 관련해서 중요한 증빙자료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근로계약서-임금대장-임금명세서 간의 일치 여부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특히 포괄임금제를 적용 중이거나 사업장 고유의 사정으로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사전에 정산하는 경우에는 잠재된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임금명세서를 업무단위 또는 인사서식으로 단순히 보지 않고, 임금에 관련된 분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계기로 여길 필요가 큽니다. 예상되는 리스크에 적극적, 사전적으로 접근한다면, 해결의 출발점은 임금 시스템 진단 및 재설계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9년 차 공인노무사로 현재 노무법인 도원의 대표 노무사를 맡고 있습니다.